이구영

1920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학문을 관장하는 조선 최고의 벼슬이었던 대제학을 최초로 3대 연이어 배출한 연안 이씨(李氏) 가문의 종손이었다. 부친과 숙부는 구한 말 의병 활동에 투신했다. 한학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아 조예가 깊었다.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면서 고향의 벗들과 ‘월악동지회’라는 독서회를 결성해 항일 운동을 시작했다. 1944년 독서회 사건으로 체포되어 8개월간 고초를 겪는다. 해방 이후에는 영등포에서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을 시작했다. 1950년 9월, 후퇴하는 북 인민군과 함께 월북한다. 휴전 후 희천의 도서관에서 근무하다가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고 1958년 남파되었으나 곧바로 체포되었다. 그를 체포한 경찰은 일제 강점기 때 그를 고문한 경찰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사상전향 요구를 받으면서 힘든 수감생활을 이어갔다. 이때 감옥에서 신영복, 이명직 등에게 한학과 서예를 가르쳤다. 1980년 5월 석방되면서 22년에 걸친 수감 생활을 마친다. 출소 후 이문학회(以文學會)를 열어 한학교육에 힘썼고, 옥중에서 시작한 의병 자료 번역을 마쳐 호서의병사적(湖西義兵事蹟)을 출간했다. 2006년 87세의 나이로 안양 자택에서 별세했다. 제자 신영복은 그를 자신의 일생에 시대를 담아낸 정직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다. 

晴耕夜讀(청경야독) ●

 날이 밝으면 논밭을 갈고 밤에는 글을 읽는다  |  1991  |  135×45cm

* 부지런히 일하며 공부함을 이르는 말

世旣有元隣有白 君如爲伯我爲期(세기유원인유백 군여위백아위기) ●

연도미상  |  133×33.5cm

세상에 이미 원진(元稹)이 있고 이웃에 백거이(白居易)가 있으며
그대는 마치 백아(伯牙)와 같고 나는 종자기(鍾子期)와 같다네.
*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는 서로 친분이 두텁고 시풍 또한 비슷해 세상에서 원백(元白)으로 불렸다

自天佑之(자천우지) ●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  |  1991  |  69×69cm